기획연재 "김남운 귀국, 그후" 6편

오늘이야말로 (특히 미국에서 저와 함께 해주신여러분들께서 정말 궁금해하실 이야기를 전해드릴 시간입니다연재의 끝이 보이는군요
지난 여름 이후부터 수련원의 풍경과 관련한 사진/포스트는 많이 올렸으니 이번 편에서는 사진 업로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최소한 한국에서는교회를 옮겨본 경험이 없습니다교회의 행정목사님의 목회 철학이나 말씀 등이 맘에 들지 않아서혹은 교회와 목회자의 타락상에 지쳐서 교회를 옮겨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죠어려서야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이런저런 곳을 다녔고 (그런 곳들은 아주 흐린 기억만이 남아 있습니다제가 30년을 넘게 살고 있는 고덕동에 80년대 후반 이사해온 이후로는 가족 모두가 그 유명한 (혹은 악명 높은?) 명성교회를 다녔습니다이 역시 제 의지는 아니었으나 초--고 교회학교 생활은 완전히 명성교회에서 한 셈이네요

그리고 군에서 전역한 이후에 새로운 의지로 나만의 교회 생활을 해보겠노라며 가게 된 곳이 저의 모교회이자 현재의 사역지인 새사람교회입니다그러니까 2002년 1월 첫주 (사실 작심하고 새해 첫주부터 교회 탐방을 나서기로 하고 간 곳이 새사람교회였고그렇게 찾아나선 첫번째 교회에 이렇게 정착하게 되었습니다새사람교회에 출석한 이후로는 교회를 옮겨본 일이 없는 것이죠심지어는 유학 이후 뜻하지 않게 사역자가 되어 돌아온 이후에도 여전히 모교회에서 일할 수 있고 섬길 수 있으니 정말 특별한 복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고문헌. 2002-2003년 경으로 추정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발굴). 
좌측의 남성은 절묘하게도 같은 교회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새사람교회 선교사님이 되었다.
돌고 돌아, 또 돌고 돌아 한명은 그렇게 또 한명은 그렇게... the mystery of God's work!


귀국 이후 그렇게 다시 찾은 교회가 뭔가 낯설고 어색해졌다는 이야기는 전편에서 나눈 바가 있습니다. 이전의 청년 시절처럼 묵묵히 교회 생활에 충실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평신도 청년이 아니니 그 시절로 돌아가기는 영영 어려워진 것 같더군요. 양복을 입고 교회에 가야 하나? (사실 양복도 마땅히 없었고) 마땅한 복장을 찾는 것부터 교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까지, 새로움과 낯섬, 반가움과 친근함 사이에서 이래저래 방황할 수 밖에 없었던 교회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오랫만에 돌아온 교회가 마냥 어렵게 느껴진 것만은 또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고, 8-9년의 세월을 격하고 돌아왔음에도 예전과 다름 없는 교제를 누릴 수 있음에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새사람교회에서 진행하는 새프로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새프로가 무엇인가 하면한때 많이 했던 트레스디아스/비다누에바 식의 영성 프로그램입니다. 개교회에서 이와 같은 영성 프로그램을 개별적/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추세와 맞물려 모교회에서도 (마침 아주 훌륭한 수련원도 있겠다교회의 특성에 맞게 영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었죠사실 미국에 가게 되면서 참여해볼 기회도 없었고오랫만에 모교회에 몸으로 때우는’ 봉사를 할 기회이기도 하고또 저를 부른 목사님의 의도도 헤아려졌기에 흔쾌히 프로그램에 도우미 성격의 스탭으로 참여했습니다더위와 벌레육체노동으로 고생한 23일이었지만 그래도 기뻤습니다돌아온 수련원도 (저는 원래부터 수련원을 좋아했고그곳에서 보내는 수련회나 엠티를 청년 시절부터 사랑했습니다), 오랫만에 함께 한 교회 식구들도프로그램도 모두 즐거웠습니다

새프로 프로그램 중 아침 노동 모습. 수련원에 마련된 텃밭 돌보기. 

그렇게 돌아온” 교회이곳이 정말 내가 속한 곳인가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즘해서는 좀더 활력을 가지고 교회 생활을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그래도 여전히 나의 사역이 없다는 것에는 답답함과 결핍이 크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미국에서 아주 가깝게 지내던 장로님이 내한하셨는데그분을 중심으로 이태원에서 SoCal 거주자 출신 저녁 모임이 있었습니다시간이 좀 뜨는 바람에 근처 커피샵에 앉아 밀린 번역 알바를 하고 있는데 돌연 마음의 감동이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당장 이번 주일에 교회에 가면 목사님을 뵙고 말씀드리자사례, 커리어, "구직"과 관련한 고민은 모든 것을 내려두고 교회가 필요로 하는 그곳에 가서 뭐라도 하겠다고.’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뭔지 모를 소망이 밀려왔습니다분명히 새로운 문이 열리고 생각지 못한 길로 인도되리라는 기대 역시 가슴 한켠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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